
17만원짜리 오징어 — 사건의 경위
2025년, 울릉도를 방문한 유튜버가 한 상점의 진열대에서 마른오징어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1만7000원으로 착각했지만, 가격표에 적힌 숫자는 17만원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그는 가게를 나온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가격을 검색했고, 같은 10미 기준 제품이 2만7000원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댓글창은 순식간에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논란은 단순히 한 상점의 가격표 이슈가 아니다. 이 사건은 울릉도가 오랫동안 쌓아온 '바가지 관광지'라는 이미지와 맞물리며, 국내 도서 지역 관광 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비계 삼겹살, 렌터카 2배 요금, 택시비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수산물 가격까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오징어 가격, 정말 비정상인가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통계로도 명확히 확인되는 사실이다.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줄었으며, 기후 변화와 남획의 영향으로 동해안 어획량은 과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해도 있었다. 이로 인해 오징어는 더 이상 서민 식재료가 아닌 '프리미엄 수산물'로 재분류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소비 시장에서 오징어 1마리의 가격이 예전 대비 3~5배 이상 뛴 것은 사실이다.
울릉도산 건오징어는 특히 더 높게 평가받는다. 내륙과 달리 동해 청정 해역에서 잡은 오징어를 섬의 해풍에 자연 건조하는 방식은 육지의 기계 건조 방식과 차별화된다. 크기, 건조 방식, 숙성 정도에 따라 같은 '건오징어'라도 품질 편차가 크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 자체가 시장 논리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바가지 논란의 구조적 원인 — 섬 경제의 딜레마
울릉도는 지리적 고립성으로 인해 모든 물자의 운송 비용이 육지보다 현저히 높다. 기름값은 리터당 300원 이상 비싸고, 렌터카 운영 비용과 숙박 시설의 유지비도 마찬가지다. 상인 입장에서는 이 구조적 원가 차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관광 시즌이 짧고, 비수기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는 도서 지역 특성상, 단기간에 연간 수익을 올려야 하는 압박도 크다.
이는 울릉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의 주요 관광 섬 지역, 제주도 역시 유사한 논란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공급망이 제한되고, 유통 단계가 늘어나며, 외지 인력에 의존하는 관광 서비스 특성상 '비싼 가격'은 구조적으로 형성된다. 문제는 이 구조적 고비용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소비자 신뢰의 문제 — 진짜 바가지는 가격이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많은 누리꾼이 지적한 것은 단순히 '비싸다'는 감정이 아니었다. "포장지가 같은 제품이 온라인에서 훨씬 저렴하게 팔린다"는 구체적인 비교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이 바가지 논란을 단순 고물가 불만과 구별 짓는 결정적 차이다. 동일 제품을 특정 장소에서만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품질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고가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한다.
울릉도 건오징어가 실제로 온라인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한 품질이라면, 그것을 소비자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크기 비교, 건조 방식 설명, 산지 인증 등 가격의 근거를 보여주는 장치가 있다면 소비자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논란은 상인의 탐욕보다, 소통의 부재에서 더 크게 비롯된다.
반복되는 울릉도 논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바가지 이미지는 단기 수익보다 훨씬 큰 장기적 손실을 낳는다. 한 번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부정적 경험은 수십만 명의 잠재 방문객에게 노출된다. 실제로 비계 삼겹살 사건 이후 울릉도 방문 의사를 재고하겠다는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수 확인되었다. 이번 오징어 논란 역시 울릉도를 여행 후보에서 제외하겠다는 댓글을 다수 양산하고 있다.
관광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것은 '신뢰 자산'의 훼손이다. 신뢰가 무너진 관광지는 단기적으로 고가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반복 방문객이 사라지고 신규 유입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지역 상인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가격 책정이 지역 전체의 관광 수요를 갉아먹는 구조다.

해법은 있는가 — 신뢰 회복의 조건
전문가들은 관광지 물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가격 가이드라인 설정, 품질 인증 시스템 도입, 그리고 소비자와의 투명한 가격 소통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울릉도의 경우, 지역 특산물에 대한 브랜드화 전략이 더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히 '울릉도산'이라는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어떤 어부가, 어느 해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건조했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소비자도 달라져야 한다.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만드는 구조적 고비용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육지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여행지에서는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성숙해질 때, 진짜 바가지와 정당한 프리미엄을 구별하는 판단력도 함께 생긴다.

울릉도 오징어 17만원 논란은 가격표 하나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도서 관광지가 마주한 경제 구조의 모순, 소통 부재, 그리고 소비자 신뢰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논란이 단순한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지역 상인과 지자체,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울릉도는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행지다. 가격 논란이 그 가치를 가리지 않도록, 지금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