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유소에서 영수증을 보고 잠깐 멍했다
얼마 전 경유 차량을 몰고 가까운 주유소에 들렀다가 가격판을 보고 발길이 멈췄다. 리터당 2000원. 숫자 자체야 그리 낯선 건 아닌데, 막상 실제로 마주치니 괜히 기분이 묘했다. 마지막으로 이 숫자를 봤던 게 언제였더라 싶어 기억을 더듬다 보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들썩이던 2022년 여름이었다. 그리고 이제 2026년 봄, 같은 숫자가 돌아왔다.

2026년 4월 24일 기준,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집계한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0.1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0.2원 오른 수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경유값이 이 선을 돌파한 것은 2022년 7월 27일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휘발유는 이미 지난 4월 17일에 2000원대에 진입했고, 이날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06.2원이다. 서울 지역은 더 높다. 서울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43.6원, 경유는 2030.6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30원 이상 비싸다. 매일 출퇴근에 차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 달 기름값 부담이 꽤 달라졌을 것이다.
왜 다시 오르는 걸까 —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이야기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선박을 향해 격침 명령을 내렸고, 이란이 핵 협상과 종전 합의에 응하지 않는 한 해협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 해협이 막히거나 긴장이 고조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그 불안감이 곧장 유가에 반영된다. 4월 23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5.07달러로 하루 만에 3.1%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5.85달러로 3.11% 상승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국내 주유소 가격에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2~3주가 더 걱정이다.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4월 24일 0시를 기점으로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이 상한을 넘지 못하게 막는다. 4차 상한선은 3차와 동일하게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고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2주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정부가 상한가를 낮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을 내리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너지 절약과 수급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결정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 기름값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기름값을 당장 내릴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덜 쓰는 방법은 있다. 오피넷 앱을 설치하면 내 주변 주유소의 실시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같은 동네 주유소끼리도 리터당 50~100원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한 번 주유할 때 50리터를 넣는다면 최대 5000원 차이다. 한 달에 두 번 주유한다고 치면 연간 12만 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운전 습관을 바꾸는 것도 효과가 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줄이고, 고속도로에서는 정속 주행을 유지하면 연비가 눈에 띄게 개선된다. 타이어 공기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권장 수치를 유지하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짐은 내려 차량 무게를 줄이는 것도 작지만 꾸준한 효과가 있다.
알뜰주유소나 셀프 주유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 알뜰주유소는 오피넷에서 따로 필터링해서 찾을 수 있고, 대체로 주변 주유소보다 리터당 40~80원 저렴한 편이다. 요즘은 카드사 할인 혜택도 다양해서, 주유 전담 카드를 하나 만들어두면 연간 절약 금액이 제법 쌓인다.

앞으로 기름값, 더 오를까
단기적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는 한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시점에서 2~3주 후 국내 주유소 가격에 어떤 숫자가 찍힐지 솔직히 걱정이 된다.
2022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고유가는 생각보다 빠르게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배송비, 식재료 가격, 외식비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절약 습관을 하나씩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대응이다. 국제 정세가 빠르게 안정되기를 바라면서, 일단 오피넷 앱부터 설치해두는 걸로 시작해보자.